EFT, 잘못 읽으면 독(毒) : ② 스크린샷의 Defence Efficiency에 낚이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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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편을 미리 읽은 사람은 이 그림의 숫자를 보고 잠깐 식겁했을 것이다.


 Reinforced DE가 435라니?! 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낚일 것 없다. 엔젤 랫 데미지 프로파일로 맞춘 아포칼립스라는 설명이 바로 그 그림 밑에 달려있으니까 말이다. 통상적으로 피팅한 아마르 배쉽의 Reinforced DE는 200남짓이다. EM/TH 하드너를 3~4장 바르고 올카인드(Uniform) 데미지 프로파일을 적용하면 그 정도가 나온다. 이 상태에서 스샷을 찍어 블로그나 사이트에 올리는 것이다. 그러나 비슷한 장수의 하드너로도 DE를 드라마틱하게 올릴 수 있는 방법이 몇 가지 있다.

 ① EX/KI 하드너를 바른다 (쉴탱 함선은 EM/TH 하드너를 바른다) : 아머의 EM/TH 기본저항은 높기 때문에 EX/KI 하드너를 바르고 스샷을 찍으면 올카인드 데미지 프로파일에서 DE가 상당히 높게 나온다. 내가 운용하고 있는 아포칼립스에 텍투 EX/KI 하드너를 4장 바르면 258, EM/TH 하드너를 바르면 214로 상당한 차이가 나는 것을 볼 수 있다. 나는 EX/KI 레지를 보기 위해 EX/KI 하드너를 바르고 스샷을 찍곤 하는데, 내 배가 다른 배에 비해 탱킹이 좋아보이게끔 사람을 낚는(-_-;) 부작용도 있다.

 ② 하드너를 속성별로 한장씩 바르거나, DC 혹은 올레지 하드너를 추가한다 : 올카인드 데미지 프로파일의 허점을 노리는 것이다(미션에서 올카인드 데미지를 뒤집어쓸 일이 얼마나 있겠는가). 내 아포칼립스에 하드너를 한 장씩 바르면 321까지 오른다. 그러나 실제로 미션에 끌고 나가는 함선의 탱킹량이 우버해지는 건 아니다. 하드너는 여전히 4장이고, 내 스킬은 EFT화면 돌리던 모양 그대로일테니까!

 ③ 그 외의 방법들 : ANP리그 대신 Nanobot Accelerator를 박는다(리페어 효율을 위해서는 보통 ANP를 사용한다). All Level V를 적용하고 저항쉽에 올레지 하드너를 추가한다. 말도 안 되게 비싼 리페어 모듈과 하드너를 끼운다. 임플란트를 적용한다. 기타등등.

 이런 식으로 "연출한" EFT화면은, 당신이 미션용으로 피팅해서 출격했을 때 큰 실망감을 안겨줄 것이다. 다른 사람이 공개한 EFT 스크린샷의 DE에 낚이지 마라.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하드너의 숫자, 리페어 모듈, ANP 리그(혹은 쉴드 부스트 관련 리그), 쉽 보너스이다.




 당신이 몰고 있는 함선에 무한대의 가치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 이 점을 늘 기억하라. 실생활에서도 사람들은 자신의 생명에 무한대의 가치를 부여하지는 않는다. 옵션 값을 절약하기 위해 에어백 없는 차를 뽑기도 하고, 위험수당을 받으며 위험한 작업을 하기도 한다. 이브에서도 마찬가지다. 미션 클리어 속도를 위해 약간의 탱킹을 희생하기도 하니까.

 "저는 미션을 하면서 아머를 20%이상 까여본 적이 한번도 없어요"는 코리안창의 자랑거리 이상이 될 수 없다. 30%가 까이든 60%가 까이든, 심지어는 헐까지 까여 뒤꽁무니에서 불을 뿜으며 워프아웃을 하든, 터지지 않고 스테이션까지 귀환하면 그걸로 OK. 견뎌낼 수 있는 수준의 스트레스와 감당할 수 있는 리스크의 한도 내에서, 최소한의 자원(슬롯과 isk)을 투입해 뿜을 막는 작업이 탱킹의 핵심이고, 혹시나 뿜을 하더라도 뿜하기 전에 충분히 많은 이득을 뽑아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피팅과 미션 진행의 묘(妙)다.




 4하드너 vs 3하드너

 암탱하기 수월한 속성의 랫을 상대할 때는 3하드너, 조금 부담스러운 랫을 상대할 때는 4하드너를 쓰게 된다. 쉴탱은 배 특성상 3하드너를 주로 끼우는 모양이다. Tech 2 하드너와 아포칼립스를 기준으로 하고, 미션에서 들어오는 주데미지:부데미지의 비율이 2:1일 경우 3하드너 피팅은 4하드너보다 약 30% 많은 데미지를 입게 된다. 블러드나 산샤를 상대하면서는 충분히 버티지만, 엔젤을 상대할 때는 좀 위태위태하다 싶을 때도 있을 것이다.

 암탱 함선이 3하드너를 하게 되면 데미지 향상 모듈(힛싱, 마그네틱, 자이로)을 로우슬롯에 하나 더 달 수 있게 된다. 로우슬롯이 7개인 아포칼립스에 4하드너를 피팅하면 2힛싱, 3하드너는 3힛싱 하는 식이다. 결국 미션 좀 빨리 하자고 하드너 한 장 덜 다는 것이다(*).

 만약 엔젤엑바를 하면서 3하드너를 했는데 트리거를 잘못 터뜨려서 몇 번 워프아웃한다면 시간에서 손해를 보는 셈(3힛싱이 좋기는 해도 워프아웃 몇 번 해도 될 정도의 시간을 보상해주지는 않는다). "내 피팅은 몇하드너가 기본"이라는 식으로 딱 잘라 정해놓지 말고, 감당할 수 있는 산샤 Pirate Invasion은 3하드너, Angel Spies도 3하드너, Angel Extravaganza는 좀 안전하게 4하드너 하는 식으로 미션마다 실험해 보면서 목록을 만드는 편이 좋다.

 (*) 하드너 한 장 빼고 CPR을 달 수도 있지만, 아마르 솔로 미셔너를 중심으로 쓴 첫 번째 글에서 하드너, 리페어, 힛싱 이외의 모듈은 로우에 달지 않는다(단, 플릿을 짜서 전투를 하는 경우는 예외)고 밝혔고, 그 철학을 따랐다.



 팩션 리페어 모듈과 Repair Systems 5단

 예전에 써 두었던 글을 참조하기 바란다. 팩션 리페어를 달고 Repair Systems를 5단 치면, 텍투 리페어를 Repair Systems 4로 돌릴 때보다 20% 많은 데미지를 탱킹할 수 있다(Repair Systems가 리페어량을 늘리는 게 아니라 리페어 돌리는 속도를 높여주는 스킬이기 때문에, 캡 소모가 약간 늘어나긴 하지만). 4하드너를 3하드너로 줄이면서 받게 되는 데미지를 어느 정도 완충할 수 있게 되는 셈.

 팩션 리페어 모듈과 Repair Systems 5단 정도는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다. 흔히 팩션 리페어라 부르는 Imperial Navy Large Armor Repair와 같은 스펙을 가진 제품은 Imperial Navy(=Amarr Navy), Ammatar Navy, Dark Blood, Khanid Navy, True Sansha에서 나오는 다섯 종류. Republic Fleet, Domination, Fereration Navy(=Gallente Navy), Shadow Serpentis는 텍투급 혹은 그보다 못한 리페어량을 보인다(피팅 요구치가 낮다는 장점은 있지만). 컨트랙에서 대용품을 찾을 때에 낚이지 말 것!



 ANP리그

 Tech1 ANP리그는 리페어량을 15% 늘려준다. 아마르 배쉽에서는 보통 CCC리그(Cap Recharge Time -15%)와 경쟁을 하게 된다. 미들에 3개 이상의 텍투 CR을 박고 Energy Management 4, Energy Systems Operation 4~5정도 치고 캡 관련 하드와이어링 좀 심어주면 아포에 ANP 한두개 박을 여유는 생긴다. 하드너와 리페어 모듈을 그대로 가져간다면 좀 더 안정적인 탱킹이 가능하고, 하드너를 한 장 줄이면서 ANP를 박아 버티는 식으로 나갈 수도 있다.



 1리페어 vs 2리페어

 아마르 배의 2리페어는 빔을 쓰는 경우 1라지+1미디엄 리페어를, 펄스를 쓰는 경우 2라지 리페어를 뜻하는 게 대부분이다. (아포이슈나 팔라딘에 빔을 쓰고 2라지 리페어를 피팅하는 경우도 있지만 일반적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개인적으로는 3하드너 2리페어보다 4하드너 1리페어를 권장한다(아마르 배쉽 기준). 어그로 관리를 효율적으로 하는데도 4하드너로 탱킹하기 벅차면 N타입 하드너부터 Tech 2로 올리고, 그래도 안 되면 아포칼립스에 ANP리그를 박든가 아바돈으로 4하드너를 하면 된다. 그래도 불안하면 리페어를 팩션급으로 올려 달고 리페어 5단을 쳐라. 당신이 굳이 엔젤엑바 보너스 포켓을 따야겠다면 모르지만, 통상적인 미션을 하면서 1.5리페어나 다름없는 탱킹 능력을 위해 2개의 로우슬롯을 지출할 이유는 없다.



 쉽 보너스

 아바돈에는 저항 보너스, 팔라딘에는 리페어 보너스가 달려 있다. 미션 좀 돌아보면서 눈치껏 하드너 한 장 줄이고 힛싱 하나 더 달자! 얏호~



 안정성과 속도 사이에서 타협하라

 높은 저항과 충분한 캡, 많은 리페어량은 함선의 안정성을 높인다. 그러나 안정성과 속도를 동시에 잡을 수는 없다. 적당한 시점에서 타협하라. 나는 3하드너 3힛싱 정도를 타협점으로 생각하지만 이것이 보편적인 타협점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코리안창을 보면서 4힛싱을 쓰는 사람도 보았고, 나는 예전에 4하드너 2힛싱을 선호했으니까.

 뿜과 워프아웃을 최소화하면서 최대한 미션속도를 끌어올려서 isk를 쓸어담고, 그렇게 쓸어담은 isk로 무엇을 할 지도 깊이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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