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시즘과 갈등주의로 이브 온라인 커뮤니티 바라보기 + 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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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올드비가 있다.
 2. 뉴비가 있다.

 3.1. 올드비는 뉴비에게 '조언'한다. 자신의 입맛에 맞게.
 3.2. 자신의 입맛에 맞지 않는 뉴비는 제거한다.
 3.3. 결국 모든 뉴비는 올드비의 입맛에 맞게 '사육된다'.
 3.4. 이렇게 사육된 뉴비는 올드비가 되어 뉴비에게 조언한다.

 4. 이러한 시스템은 부당하며, 변해야만 한다.
 5. 하지만 시스템은 자신을 쉼없이 재생산하기 때문에 스스로 변할 수는 없다.
 6. 남은 것은 혁명뿐.
 7. 만국의 뉴비여 단결하라!



 음, 어느 정도는 사실이며, 4~7은 상당한 무게의 당위적 가치를 지닌 글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것은 정도의 문제(matter of degree)다. 커뮤니케이션 문제로 발생한 사건마저도 올드비-뉴비 구도로 몰아간다거나, 올드비=조언쟁이=사육사=타도대상이라는 연쇄를 아무 거리낌 없이 일으키는(그 이야기를 한 자신도 언젠가는 올드비가 될 것인데!) 지경에 이른다면 좀 메롱해지겠지. 맑시즘 비평이나 정신분석 비평이 도를 넘어서면 메롱해지는 것과 똑같은 이치다.

 자신이 타고 있는 함선을 우주의 먼지로 날려버린 사람들이 있었기에 미션 · 웜홀 · 탐사에 대한 가이드와 PvP에 대한 아웃라인이 나왔고, 숫자와 씨름하며 수없이 계산기를 두드린 사람들이 있었기에 마이닝 · 생산 · 무역에 대한 가이드가 나올 수 있었다. 나보다 먼저 한 사람들이 그런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정보를 남겼기에, 나는 그들보다 쉽게 PvE와 PvP에 임할 수 있는 것이다.

 조언은 이런 성질을 가진다. 에디슨의 업적을 알리는 사람이 전구(bulb로서의)를 발명한 1001번째 사람이 나타나는 걸 원하지 않는 것처럼, 나 역시 후세의 뉴비가 탱구로 3클 웜홀을 클리어하는 방법을 발견한 서른세 번째 사람이 되거나 갱킹게돈 피팅을 발명한 백만스물한 번째 사람이 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뉴턴이 "남들보다 더 멀리 볼 수 있었다면, 그건 단지 내가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서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고 말했듯, 지금까지 알려진 '기반'을 받아들여 그 위에 올라선다면, 당신은 '우버우버 열매를 먹은 뉴비'가 될 수 있다.

 나 역시 뉴비가 사육되지 않기를 원한다. 그들이 기반에 안주하지 않기를 원하고, 임플 꽂고 러닝 치다 접지 않기를 원한다. 뉴비가 그들 나름대로의, 그러나 전대(前代)에는 없었던 또다른 시행착오를 겪으며 새로운 지식을 축적하기를 원한다. 만약 기존의 지식과 조언을 발판이 아닌 족쇄로만 생각한다면 기반 위의 새로운 시행착오─즉 '진보'는 일어나지 않는다. 올드비가 했던 시행착오를 똑같이 반복하는 텔레토비 동산이 될 뿐이다.

 조언과 사육을, 발판과 족쇄를 구별해주었으면 한다. 여기에 능하지 못하다면 조언가에게 사육당하거나 발판에 걸려 넘어지는 사태를 맞이할 수도 있다. 하지만 둘을 잘 구별하고 능숙히 대응할 수 있다면 당신은 사육사에게 조언을 얻을 수도 있고 족쇄를 발판으로 사용하는 묘기를 부릴 수도 있겠지.

 빌어처먹을 이브 온라인 커뮤니티는 오늘도 존재한다. 거기에서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을 것인지는 모두 당신 하기에 달려 있다.

 행운이 있기를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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